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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 서윤희의 작품은 멀리 기억의 뒷편으로 사라졌던 추억을 환기시킴으로써, 그리움에 대한 갈망을 담아낸다. 화학적인 안료 대신 차를 우려내거나 다양한 약재를 다린 물을 사용하여 종이를 염색해 나가는 방식으로 긴 시간 동안 작가의 손을 거친 흔적과 그 행위에 내포된 내면적 정서가 담겨있는 화면을 만들어 낸다. 화면의 빈 공간은 찻물의 크고 작은 얼룩의 흔적들이 미세한 층위를 이루며 시간성의 흔적을 드러내는 상징적 매체로 사용되어 작가의 삶의 흔적과 기억의 잔상들을 함축하는 추상적 공간으로 환원된다. 무한한 시공간의 깊이가 느껴지는 여백과 작가의 기억의 분신들인 깨알 같은 인물들이 공존하여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가의 작품은 동경과 향수 사이에서 켜켜이 쌓여있는 회상의 감정들을 자아내며 무수한 기억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신만의 심미적 가치를 지닌 언어로 현실과는 다른 시간과 기억을 열어주는 작가의 풍경은 일상의 잔재들을 담고 있는 우리의 기억장치를 재생시키고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심상의 풍경을 찾아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삶과 추억이 담겨있는 작가의 작품을 마주 대하면 어느새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