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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햇살에서도 가을 내음이 묻어나는 듯한 10월입니다.
짧기에 더욱 아쉽지만 기분 좋은 가을을 만끽하며 국내 화단의 대표적 추상화가 하종현의 초대개인전을 마련하였습니다.

하종현은 올이 굵은 마대와 단색조 유채물감이 빚어지는 <접합>연작을 통해 캔버스 뒤편에서 물감을 앞으로 밀어내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캔버스의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넣는 방식인 ‘배압법’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여서 비단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계에서도 그 존재를 인정 받고 있습니다.
표면, 제스처, 공간과 빛의 미묘한 조화를 포함하여 회화의 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도전적인 실험정신과 열정으로 이룩한 그는 한국화단의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초반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행돼 오고 있는 그의 <접합> 연작과 최근의 신작 <이후접합>까지 아우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현대미술계에서 치열하게 작품세계를 일궜던 하종현 화백의 추상회화를 되돌아보고, 그리는 행위 속에서 예술가가 발견하는 그 무엇을 관객들도 함께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